2019년 관광비자 입국 후 불법 취업 중 쓰러진 중국인 환자, 6년 4개월 만에 사망
진료 거부 못 하는 현행법 탓에 병원만 8억 4,000만 원 의료비 손실 떠안아
가족비용 거부 및 정부 지원 규정 전무… 권익위 "범정부 차원 보전 장치 마련해야"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 취업 중 쓰러진 무연고 외국인 환자를 6년 넘게 치료한 국내 병원이 8억 원이 넘는 막대한 의료비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현행법상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의무만 부여할 뿐, 체납 의료비 보전이나 본국 송환을 돕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데 따른 구조적 피해다.

29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A씨는 2019년 9월 관광비자(C-1)로 입국해 울산의 한 식당에서 일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후 지역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A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6년 4개월 만인 올해 4월 사망했다.

이 기간 병원에 누적된 체납 의료비는 약 8억 4,000만 원에 달한다. 응급의료법과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를 임의로 거부할 수 없어 병원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치료를 이어갔다. 중국에 거주 중인 A씨의 자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치료 포기서를 제출하고 비용 지급을 전면 거절했다.

결국 막대한 적자를 견디지 못한 병원 측은 지난해 7월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권익위가 보건복지부, 외교부, 울산시 등과 논의한 결과 현행법상 무연고 외국인 환자의 치료비를 정부가 보전하거나 강제로 본국에 송환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은 현재까지도 8억 원대의 손실액을 전혀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

권익위는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의식불명 상태의 무연고 외국인 및 미등록 체류자의 본국 송환 절차를 신설하고, 의료기관의 미수 의료비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관계 기관에 공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부서별 행정지원 매뉴얼 구축에 나섰으며, 외교부 역시 향후 유사한 민원이 발생할 경우 본국 송환을 위한 외교적 개입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