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직속 빛의 위원회, 7월 29일부터 12·3 사태 관련 기록물 수집 개시
- 은박담요·응원봉·개인 메모까지 수집 대상 포함…'보여주기식 성역화' 비판
- 착불 우편 지원 및 대형물 방문 인수까지…세금 투입 대비 사료 가치 의문
- "객관적 검증 기준 없는 감정적 행정"…국가 기록 보존 원칙 훼손 우려

대통령 직속 '빛의 위원회'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기록물을 국가 차원에서 보존하겠다며 대대적인 기증 접수에 나선 가운데, 수집 대상의 모호성과 과도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역사적 사건의 진상 규명과 무관한 개인의 감정적 메모나 콘서트용 응원봉까지 '국가 기록물'로 둔갑시키며 행정력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빛의 위원회는 7월 29일부터 국민신문고와 서울·세종 현장접수센터를 통해 시민들이 소장한 이른바 '빛의 혁명 기록물'을 기증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위원회가 명시한 기증 대상의 범위다. 시민 선언문이나 현장 채증 영상 등 사료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넘어, 개인의 소회가 담긴 일기와 메모, 은박담요, 집회 현장에 들고나온 아이돌 응원봉 등 사실상 모든 잡동사니를 국가적 역사 자산으로 규정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무분별한 수집 과정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과 행정력이다. 위원회는 문서와 실물 기록물을 택배나 등기우편으로 받을 경우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착불' 방식을 도입했다. 심지어 크기가 큰 실물의 경우, 담당 공무원이 소장자와 일정을 조율해 직접 현장에 찾아가 물건을 받아오는 '방문 인수'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객관적 검증 절차도 없이 국민 세금과 공무원의 노동력을 사사로운 물품 수거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박미경 빛의 위원장은 이번 기증 캠페인을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를 보여주는 역사적 자산"이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 기록물 보존의 엄중함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적 사건의 본질을 연구하기 위한 기록 수집이 아니라, 감정주의에 치우친 맹목적인 '성역화'이자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것이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시민의식의 기록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상식적인 공공 행정의 범주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수집·보존 사업인 만큼, 철저하고 객관적인 사료적 가치 평가 기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