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선박용 경질중유 30% 등 원자재가 급등
부산·경남 13개 건설사 "공사비 현실화 안 되면 컨소시엄 탈퇴" 국토부 탄원
입찰~계약 1년 시차 탓에 물가 변동분 미반영… 국가계약법 한계 노출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사가 중동 전쟁 발발로 인한 공사비 폭등으로 암초를 만났다. 막대한 원가 손실 위기에 처한 부산·경남 지역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탈퇴를 검토하며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맡은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경남 지역 건설사 13곳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등에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공동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체 컨소시엄 지분의 13%를 차지하는 이들 지역 업체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컨소시엄 탈퇴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비 급등의 주원인은 지난 2월 발발한 중동 전쟁이다. 광활한 해상공사와 대규모 토공사가 수반되어 대형 장비 투입이 필수적인데, 전쟁 이후 선박용 경질중유 가격은 무려 30%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집계 결과, 토목건설공사비지수 역시 2월 137.88에서 5월 143.30으로 3.9% 뛰었다.

이로 인해 주관사인 대우건설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우건설 측은 전쟁 이후 발생한 공사비 상승분만 4,000억~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가 없다면 건설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사태의 근저에는 현행 국가계약법의 맹점이 자리하고 있다. 공공공사 계약 시 물가 상승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계약 체결 이후'부터 적용된다.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지난해 말 입찰 공고를 거쳐 올해 2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으나, 예비계약은 오는 11월에 체결될 예정이다. 1년 가까운 시차 동안 발생한 초대형 물가 변동분이 예비계약 전이라는 이유로 공사비에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 건설사들이 탈퇴를 거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와 상황을 공유하며 협의를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처럼 대응이 어려운 변수가 발생할 경우, 계약금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제한적 특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공사 지연이 가져올 파장을 경고한다. 앞서 2024년 당초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 문제로 이탈하면서 이미 일정이 한 차례 지연된 바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해상 가까이 짓는 여건상 위험과 부담이 큰 사업"이라며 "착공이 늦어질수록 공사비는 더 늘어나고 유지·관리 비용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