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287곳 주식 평가액, 6월 말 515조9000억원 → 10월 15일 333조5000억원
석 달 반 새 182조4000억원(35.3%) 증발…집계 이래 사상 최대 감소폭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만 131조9000억원 감소, 전체 손실의 72%
안철수 "리밸런싱 유예 누구 지시인가"…국회에 비공개 회의록 제출 요구
국민연금에 월급에서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정작 수급 개시까지 한참 남은 2030 세대가, 사라진 182조원의 주인을 찾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이 석 달 반 만에 약 182조원 줄었다며 국민연금 리밸런싱(자산 배분 재조정) 유예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 공시를 낸 상장사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 6월 말 515조9293억원에서 지난달 15일 333조5330억원으로 떨어져 182조3963억원(35.3%)이 증발했다. 집계 이래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감소의 성격이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131조971억원이 빠져 전체 감소액의 약 72%를 차지했다. 반도체 쏠림이 상승장에서는 수익 엔진이었지만 하락장에서는 그대로 위험 집중이 됐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운용 원칙의 방향이다. 안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월 국내 주식 리밸런싱을 유예했고, 이후 오히려 국내 주식 목표 비중까지 높였다. 위험 분산 매도를 미루고 쏠림을 키운 판단이 적절했는지, 그 결정이 평가액 급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지금의 핵심 질문이다. 물론 평가액 감소는 확정 손실이나 기금 전체 운용손실을 뜻하지는 않는다.
검증을 가로막는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국민연금법상 국회 소관 상임위가 요구하면 회의록을 비공개로 제출할 수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시장 영향을 핑계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이 날 때는 정부 치적이고 평가액이 급감하면 투자 비밀이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라도 있었냐"는 반문이다. 안 의원은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리밸런싱 유예를 잇는 연쇄 자산 파괴범이 있다면 누구든 끝까지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데 이론(異論)은 없다. 그러나 독립성이란 말이 국회의 법정 검증권까지 막는 방패로 쓰인다면, 그것이야말로 시장이 가장 크게 의심할 신호다.
청년 세대는 이 숫자의 당사자다. 지금 내는 보험료가 평가액 515조원을 만들었고, 그 중 182조원이 석 달 반 만에 종이숫자로 돌아갔다. 안 의원 역시 "국민연금이 정권 입맛대로 남용되지 않도록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논의도 더 늦기 전에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리적 결정이었다면 비공개 회의록 검증까지 막을 이유가 없다. 회의록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