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센다이 한일상공회의소 회의서 최태원 회장 "물·전력 좋으면 어디든 검토"
- 미야기현, 30만㎡ 부지 앞세워 물밑 러브콜…TSMC 품은 구마모토현 특수 정조준
- 곽노정 사장 "일본 반도체 기여 희망"…미 상무장관 자국 투자 공개 압박은 핵심 변수
- 전문가 "2~3년 앞선 선제 투자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 주도권 쥐려는 중장기 전략"
SK그룹이 일본 내 반도체 공장(팹) 신설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 들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유치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와 지자체들이 파격적인 인프라를 앞세워 SK하이닉스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1일(현지시간)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에서 열린 제15회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 팹 건설 여부를 묻는 말에 “현재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검토가 끝나는 대로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유력 입지 조건으로 “일본 전역을 살펴보고 있다”며 “전력과 물이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살펴볼 수 있다”고 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지 기업과 합작 공장을 세우거나 소규모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했다.
일본 지자체들은 즉각적인 팹 유치전에 돌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를 보면, 미야기현은 센다이 인근 오히라무라의 '제2센다이 북부 핵심공업단지' 내 30만㎡ 부지를 SK하이닉스 측에 제안하며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도호쿠대 연구진과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 주요 생산 기지가 몰려 있는 지역 이점과 풍부한 용수·전력 인프라를 강조한다.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해 막대한 경제 파급 효과를 누린 구마모토현의 성공 사례를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 지분을 간접 보유하며 현지 소재·장비 기업과 교류를 늘려왔다.
다만 미국 측의 노골적인 자국 내 투자 압박은 팹 입지 선정의 중대 변수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마이크론 경쟁사들을 겨냥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기를 원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를 두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 후공정 팹 기공식 현장에서 “미국에서 AI 산업에 기여하는 것처럼 일본 반도체 사업에도 기여하고 싶다”며 “고객사·협력사와 낸드플래시 시장을 어떻게 함께 발전시킬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사장은 미국 투자 확대를 두고 “물과 전력, 인재, 보조금 같은 충분한 자원이 제공되는 곳이있다면 (반도체 공장은) 어디에든 열려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기 때문에 세부 내용이나 방향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거리를 뒀다.
전문가들은 생산 기지 다변화를 주도권 굳히기 전략으로 해석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가 용인과 호남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까지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메모리 시장에서 도약할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는 투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3년이 걸리는 산업인 만큼 선제적인 투자로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