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50만 명 방문 세계 3위급 성과 이면엔 10년째 39억 원 묶인 예산 한계

2022년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 등 간송 일가 국보 2점 뼈아픈 입찰 포기

2006년 용산 이전 기준 400만 명 규모에 초과 인원 몰려 관람 질적 하락 심화

영국 '쿨 브리타니아' 한계 및 미국 메트로폴리탄 2018년 유료화 등 구조 변화 시급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방문으로 K컬처 핵심 플랫폼 반열에 오른 국립중앙박물관이 18년간 고수한 상설전 무료 정책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관람객 650만 명을 끌어모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약 900만 명)과 바티칸박물관(약 683만 명)의 뒤를 이었다. 대영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실적마저 넘어선 화려한 성적표다.

기록적인 흥행 이면에는 붕괴 직전의 박물관 재정 상태가 도사린다. 연간 세출 예산 800억 원 대비 자체 수입은 23억 원에 불과하다. 핵심 자산인 유물 구입 예산은 10년 연속 39억 원으로 묶였다. 고미술 시장 가격 폭등과 20%를 넘긴 소비자물가 상승 악재가 겹치며 실질 구매력은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2년 간송 전형필 후손이 경매에 내놓은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 '금동삼존불감' 등 국보 2점을 자금난 탓에 응찰조차 포기한 사태가 대표적이다.

관람객 폭증은 '사유의 방' 대기열 등 경제학적 혼잡 비용을 유발하며 공공서비스 질을 떨어뜨린다. 2006년 용산 이전 당시 연간 400만 명 감당을 목적으로 설계한 공간에 650만 명이 들이닥친 후과다. 무분별한 수요 조절과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적절한 배제 기제 도입 주장에 힘이 실린다.

관람객 1인당 5,000원의 입장료를 매기면 연간 325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다. 이는 현 자체 수입의 14배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다. 세계적 추세도 유료화 전환을 가리킨다. 무료 개방으로 '쿨 브리타니아' 브랜드를 구축했던 영국 국공립 박물관들은 최근 급증한 관광객 시설 유지비 부담에 시달린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오랜 관행을 깨고 2018년 유료화로 돌아서며 생존 재원을 마련했다.

막연한 무료 인식을 벗어나 관람객을 정당한 서비스 이용 고객으로 대우하는 자생력 확보가 시급하다. 내년 도입을 앞둔 예약 시스템은 관람객 연령과 국적, 선호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발판 삼아 연간 이용권, 저소득층·학생 면제, 특정 요일·시간대 할인 등 입체적인 가격 정책 설계 논의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