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 파는 해기사의 시대는 끝났다. 배를 몰 줄 알고 인문학을 아는 선원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국립한국해양대는 이 모색을 중국 실습선과 함께했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총장 류동근) 국제해양문제연구소(소장 정문수)는 중국 대련해사대학 실습선 '유쿤호(育鯤號)'의 방한 기간 동안 인문학 특강과 '2026 대한민국 해양모빌리티·안전 엑스포', 세계 해사의 날 기념행사 참관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교류는 지난 10월 9~10일 대련에서 열린 북극항로 공동세미나와 학술교류의 연장선이다. 유쿤호는 14일 학내 부두에 입항, 환영행사를 시작으로 약 2주간 부산에 머물렀다.

19일에는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임하람 연구원(박사과정)이 유쿤호 실습생을 대상으로 '해기사가 왜 인문학을 공부하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전 세계 AI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인문학 전공 사례를 들며, 기술·공학 연구자일수록 인문학과의 융합이 기술의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북극해항로 3.0 구축의 토대가 되는 연구에 참여한 북극항로 연구자로, 최근엔 북극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국제 썸머스쿨에 강연자로 초빙됐다.

26일에는 선장·기관장을 포함한 유쿤호 교직원과 실습생 83명이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해양모빌리티·안전 엑스포와 세계 해사의 날 기념행사를 참관했다. 류동근 총장과 임기택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석좌교수(국제해사기구 IMO 명예사무총장)가 유쿤호 일행을 격려했다. 27일 송별행사를 끝으로 2주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정문수 소장은 "실습선 기항을 매개로 두 대학의 해기교육, 국제교류, 학술교류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연결한 데 의미가 있다"며 "부산과 세계 해항도시를 잇는 해양 협력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의 생존 전략이라는 질문도 남는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속에서 부산의 해양특성화 대학이 걸을 길은 국내 서열 경쟁이 아니라 국제 네트워크라는 것이 이번 교류가 보여준 답이다. 북극항로 개척이 본격화되는 시대에 해기 교육의 경쟁력은 선박 운항 기술과 인문적 소양의 결합에서 나온다. 문제는 이런 교류가 한 차례 이벤트로 끝나는가다. 정부의 해양 인재 예산이 대학의 자율적 국제 협력을 키우는 데 쓰이는지, 아니면 보여주기 사업에 분배되는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환·취업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제교류'라는 간판만 남는다. 성과는 내년에도 유쿤호가 다시 부산 항구에 닿는지로 판가름 날 것이다.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구성원과 유쿤호 교직원·실습생들이 2026 대한민국 해양모빌리티·안전 엑스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립한국해양대 제공)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구성원과 유쿤호 교직원·실습생들이 2026 대한민국 해양모빌리티·안전 엑스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립한국해양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