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합니다." 그 문구 바로 아래에 신랑·신부의 계좌번호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면, 당신은 돈을 보내겠는가. 지난 1일 스레드에 올라온 직장인의 사연이 사흘 만에 전 국민 논쟁거리가 됐다. 노웨딩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계좌번호만 통보하는 '축의금 청구서'는 축하가 아니라 과세다.
지난 1일 직장인 A씨가 스레드에 올린 사연이다. 회사에서 받은 결혼 안내 메일에는 '저희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랑·신부의 계좌번호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사연은 3일 머니투데이·아시아경제 등 주요 언론이 잇달아 보도하며 '노웨딩 축의금' 논쟁으로 번졌고, 누리꾼의 시선은 뚜렷하게 갈렸다. "받은 게 있으면 주고, 받은 게 없으면 축하만 해줄 듯"이라는 상부상조론과 "결혼식 안 하는데 계좌는 왜 보내는 거냐"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숫자는 이 논쟁이 한순간의 센세이션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소비자원의 2026년 8월 결혼 서비스 가격 조사에 따르면 결혼식장과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을 합친 전국 평균 비용은 2,160만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 지역 결혼식장 1인당 식대 중간값은 9만원이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직장인 844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까지 할 때 적정 축의금으로 10만원을 꼽은 응답이 61.8%로, 불과 2년 전에는 5만원이 표준이었던 시대에 10만원이 새 기준이 됐다.
노웨딩 자체는 가격이 알려준 선택이다. 예식 하나에 2천만원, 하객 한 명당 축의금 10만원 시대에 식장 대신 신혼자금을 모으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이고, 이를 '롯데월드 성당 콘셉트'라고 비웃는 문화도 이제 낡았다. 문제는 방식이다. 축의금은 본래 잔치비용을 서로 돕는 품앗이에서 나왔다. 그런데 하객이 앉을 의자도 없는 자리에서 계좌번호만 먼저 도착하면, 축하는 곧 청구서가 된다. 이미 받은 사람이 돌려주는 성의와, 받지 않겠다고 미리 정중히 밝히는 예의. 이 두 가지만 지켜도 노웨딩은 갑론을박이 아니라 서로의 선택이 된다.
묻는다. 결혼식의 형식은 개인의 자유지만, 돈을 받는 방식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객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좌석값이 아니라 두 사람의 앞날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금전 요구로 바꾸는 순간, 노웨딩이라는 합리적 문화도 함께 무너진다. 식장 대신 계좌를 열어드리는 시대. 그 계좌가 '축하'라는 이름을 유지하려면, 보내는 사람의 마음만큼 받는 사람의 예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