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놓겠다며 내놓은 대출 두 개를 뜯어보면, 청년이 가장 많이 사는 집은 목록에서 빠져 있고 청년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는 더 비싼 값을 치르게 돼 있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청년미래보금자리론에 596억6000만원, 청년 전월세결합보증에 286억16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대상으로 4억원 이하 비아파트(전용 85㎡ 이하 빌라·오피스텔) 구입을 지원하는 정책 모기지다. LTV는 최대 80%까지 적용되지만 청년 수요가 몰리는 아파트는 대상에서 빠졌다. 예정처는 “지난해 청년층에 공급된 일반 보금자리론 대출액의 96.7%가 아파트 구입에 쓰인 만큼 같은 가격대 아파트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집은 팔리지 않고 대출은 남아 있는데, 결혼하거나 직장을 옮겨도 이사갈 수 없으면 주거 사다리가 아니라 ‘주거 덫’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가 내미는 대안은 기존 보금자리론이다. 그런데 그 문턱이 오는 9일부터 0.1%포인트 더 높아진다. ‘아낌e-보금자리론’ 기준 금리는 연 5.00%(만기 10년)~5.30%(만기 50년)로, 201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5%대에 진입한다. 서울·경기 주요 지역에서 집을 사는 차주에게는 5.2~5.5%가 적용된다. 자산이 적은 청년에게 ‘월세 수준의 원리금’을 약속한 상품의 반대편에서, 아파트를 택한 청년은 월세보다 비싼 이자를 감당하라는 구조다.

지역 차등도 그대로다. 보증부월세(반전세)를 보증하는 청년 전월세결합보증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청년에게 수도권 2%포인트, 비수도권 3%포인트의 이차보전을 준다. 연소득 5000만~7000만원 구간은 수도권 거주자가 아예 대상에서 빠지고 비수도권 청년만 1%포인트를 받는다. 금융위는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지방 청년의 주거비 제외 가처분소득(2972만원)이 수도권(3273만원)보다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일자리와 학업 때문에 수도권에 남은 청년의 임차료는 지방보다 훨씬 비싸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올라온 게 죄”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책금융의 목적이 주거 안정이라면, 기준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청년이 실제로 부담하는 돈이어야 한다. 정부가 아파트를 뺀 이유가 한정된 재원 때문이라면, 답은 재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 쪽이어야 한다. 거주지로 수혜를 가르는 기준은 누가, 어떤 통계로 정했는가. 그 기준 하나가 청년의 이사 선택과 결혼 시점을 바꾼다는 점을 정책을 설계한 사람들은 답해야 한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 일대의 아파트 단지와 저층 주거지. (자료 사진,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taylorandayumi, CC BY 2.0)
서울 성동구 왕십리 일대의 아파트 단지와 저층 주거지. (자료 사진,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taylorandayumi, CC BY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