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산업계, 유럽·일본 중심 항해통신 장비 표준화에 주도권 확보 발판
국제전기위원회 TC80 자율운항선박 특별작업반, 10월 22~23일 서울 회의서 합의
항해·통신·상황인지 장비 단일 표준…기자재 수출길 넓히는 발판
류동근 총장 "글로벌 해운·조선 환경서 표준 선점이 곧 산업 경쟁력"
국립한국해양대학교(총장 류동근)가 자율운항선박의 '카메라 기반 상황인지 시스템'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하게 됐다. 지난 10월 22~23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전기위원회(IEC) 산하 TC80(해상항해 및 무선통신 장비·시스템 기술위원회) 자율운항선박 특별작업반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해당 표준 개발을 한국해양대가 이끄는 데 합의했다. 선박에 의무적으로 탑재되는 항해·통신장비의 필수표준을 다루는 자리에서 국내 대학이 표준 개발을 맡은 것은 그간의 관행을 뒤집는 일이다.
그간 선박 항해통신 장비의 표준화는 콩스버그 등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표준과 시장을 함께 주도해 왔다. 국내에는 우수한 기술이 있음에도 관련 표준과 시장 진입에는 벽이 높았다. 한국해양대는 2년 전부터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아비커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과 산업계 중심의 '자율운항선박 표준협의체'를 구성해 왔고, 지난해에는 TC80 내 자율운항선박 특별작업반 신설을 주도하며 국내 기술 기반의 국제표준 제정을 준비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카메라 기반 상황인지 시스템에 그치지 않고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장비인 자율항해시스템(ANS)과 원격 운항시스템 등에 대한 표준 개발 착수에도 합의했다.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항해 장비·소프트웨어·통신 인프라가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구조라, 표준을 먼저 쥔 나라가 시장도 함께 가져가는 게 국제 관행이다. 그동안 장비 대부분을 외산에 의존해 온 국내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으로서는 표준 제정권 확보가 곧 수출 경쟁력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작업반 의장을 맡은 한국해양대 인공지능공학부 이광일 교수는 "선박 항해 장비의 대부분이 외산제품인 현실에서 이번 표준 개발이 국내 기술 주도권과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기술 표준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선박에 적용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산업계 중심의 표준화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도 강조했다. 이번 합의가 개별 장비의 수출 통로를 넘어 자율운항선박 핵심 요소기술 전반의 국제표준화로 확장될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