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코스피 96개사·코스닥 55개사 등 저PBR 기업 151개사 명단 첫 공표(2일부터)

대상 기업 평균 PBR 0.247배…장부상 순자산의 4분의 1 수준, 코스피 전체 평균 1.43배와 큰 격차

현대제철·한화생명·롯데쇼핑·이마트 등 시총 1조원 이상도 포함, 증권사 HTS·MTS에 '저PBR' 태그

지난 3월 정부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 후속…명단 공개 7거래일 전 개선계획 공시하면 1년간 면제

주가가 장부 가치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기업이 151곳이나 된다. 한국거래소가 업종별로 3년 연속 저평가된 상장사를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으로 처음 공개하는 날이다. 오늘부터 각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해당 종목에 '저PBR' 태그가 붙고,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카인드(KIND)의 밸류업 페이지에 명단이 차기 공표일인 2027년 5월 4일 전일까지 게시된다.

이번 공표는 지난 3월 정부가 마련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조치다. 지난달 30일 기준 상장법인 2431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7개 반기 중 6개 반기 동안 PBR이 업종별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머문 기업 185개사가 후보로 올랐고, 이 가운데 10월 22일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34개사는 명단에서 빠졌다. 최종 선정된 151개사의 평균 PBR은 0.247배로, 같은 날 기준 코스피 전체 평균 1.43배의 6분의 1 수준이다. 코스피에서는 현대제철(0.19배), 한화생명(0.27배), 롯데쇼핑(0.17배), 롯데케미칼(0.18배), 이마트(0.15배) 같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이 명단에 올랐고, 증권사 중에서도 현대차증권(0.31배)과 DB증권(0.33배)이 포함됐다. 코스닥에서는 KCC건설(0.20배), 슈피겐코리아(0.31배), 한국캐피탈(0.28배), 동원개발(0.17배) 등 시총 1천억원 이상 기업도 들었다.

거래소는 명단 공개와 함께 151개사 전체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원인 분석부터 목표 설정까지 돕는 1대1 맞춤형 PBR 개선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저PBR 기업에 대해서는 리스트 공개 등 네이밍 앤 셰이밍 방식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촉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공시하면 면제"라는 설계가 새로운 형식주의가 될 여지는 있다. 실제로 개선계획 공시만으로 공표를 피한 기업이 34개사에 달했고, 거래소도 일부 기업이 원인 진단과 개선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계획 제출 자체를 못 했다고 설명했다.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배당과 이익환원을 아까워하는 지배구조라는 진단은 낯설지 않다. 문제는 처방이다. 기업의 주가에 국가기관이 '망신표'를 붙이는 방식이 자본시장 자율과 충돌하지 않는지 점검은 따로 필요하다. 명단 공개는 정보 제공이지 처방이 아니며, 저평가 해소의 본론은 배당소득 세부담 완화, 물적 분리 규제 정비, 자사주·현금환원 인센티브 같은 시장 원칙 정비다. 세제와 규제 개혁 없이 망신표가 먼저 나가면 기업은 숫자를 맞추는 공시 경쟁으로 달려가고, 청년 투자자는 HTS의 태그 하나로 진짜 가치와 공시용 대응을 구별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