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에 청사 방호 목적 14억 6,300만 원 편성
월담 방지 울타리, 차량 돌진 차단 장애물, 진압 장비 등 대거 포함
"내부 쇄신 요구엔 귀 닫고 철갑만 두르나" 정치권 질타… 국회 예산 심의 난항 예고
선관위 "최고 보안 등급 '가급' 시설 지정에 따른 필수 조치" 해명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율 조작 논란 등으로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받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안에 청사 방호를 위한 14억 원 규모의 이른바 '요새화' 비용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 개혁 대신 외부 침입 차단에만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예산 요구 사업 설명 자료'의 총규모 4,783억 원 가운데 청사 방호 예산으로 14억 6,300만 원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군사 시설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월담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2.7m 높이의 울타리 설치와 경계 초소 구축에 3억 2,000여만 원, 정문 교체 및 강제 진입 차단용 장애물 설치에 4억 6,000여만 원이 배정됐다.

특히 비인가 비행체를 격추하는 '안티 드론건' 구매(8,000만 원)를 비롯해 가스 분사기(330만 원)와 삼단봉(440만 원) 등 진압용 무기류 예산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직장예비군 신규 편성에 따른 총기 보관함과 통신장비 구매 등에도 2,900만 원이 청구됐다.

잇따른 선거 관리 부실 사태로 대국민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이 같은 예산안이 공개되자 정치권은 강도 높게 질타하고 나섰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받는 마당에 자성은커녕 자기 살길만 도모하는 요새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의 전면적인 삭감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측은 "지난해 12월 청사가 국가중요시설 중 최고 보안 등급인 '가급'으로 상향 지정됨에 따라 방호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 조치일 뿐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적 눈높이와 동떨어진 예산 편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향후 국회 통과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