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야기하며 선거 관리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에는 수억 원대의 세금을 유용한 '호화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강제 수사를 받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경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선관위 직원들의 업무상 횡령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중앙선관위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노 전 위원장은 재임 중 세 차례나 배우자를 동반해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등으로 공무 출장을 떠나며 총 2억 2,600만 원의 막대한 국고를 사용했다. 선관위는 대외 출장 보고서에 배우자 동반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노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 "지금까지 관행이었기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해 공분을 키운 바 있다.

선관위 실무진의 부패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2022년부터 최근까지 선관위 직원 461명은 '역량 강화' 등의 명목으로 몰디브,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이탈리아 피렌체 등 유명 관광지로 107차례나 출장을 다녀왔다. 유권자가 불과 120여 명인 지역에 3박 4일간 머무르거나,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을 탐방하는 등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관광 휴양을 즐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내부적으로 숨기기에 급급했던 선관위가 밖으로는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며 조직적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음이 합수본의 수사를 통해 낱낱이 해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