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을 디지털 상품의 '우회결제' 국가로 악용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가 주된 타깃이었으나, 최근 글로벌 플랫폼들이 이들 국가의 결제망을 통제하면서 원화 약세를 겪는 한국이 새로운 표적으로 부상한 것이다.

관련 업계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해외 최대 커뮤니티 '레딧(Reddit)' 등을 중심으로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한국 통화(원화)로 디지털 상품을 저렴하게 결제하는 꼼수가 공유되고 있다.

실제 레딧의 한 누리꾼은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할인이 제공되는 유일한 통화는 한국 원화뿐"이라며 결제 방식을 조언했고, 다른 누리꾼 역시 "대다수가 원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VPN을 쓰면 간단하다"며 우회결제를 독려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러한 현상은 실질실효환율(REER) 기준 세계 최하위권 수준으로 평가받는 원화의 기록적인 약세에서 기인한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주요 교역국 대비 자국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하락했다는 것은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로 결제할 때 그만큼 달러 환산 체감 가격이 저렴해짐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내국인에게는 수입 물가 상승과 구매력 저하라는 고통을 안겨주는 고환율 현상이, 해외 누리꾼들에게는 디지털 상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할인 찬스'로 전락한 셈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국가별 결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나, 구조적인 환율 격차를 노린 우회 꼼수를 원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청년미디어 김도형 기자 (kimdiagram@kym.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