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살포성 정책 비판한 '돈의 얼굴' 재편집본, 게시 수일 만에 비공개 처리
네티즌 "EBS 드럼통 안 간다" 등 현 정부 풍자 댓글 이어지자 기습 삭제
방송독립성 선언 한 달 만에 무언의 '자기 검열'… 시청자 의혹 증폭

EBS(한국교육방송공사)가 정부의 현금 살포 정책이 물가 상승을 유발해 서민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내용의 경제 다큐멘터리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뚜렷한 설명 없이 돌연 비공개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 정부의 핵심 기조인 현금성 지원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에 정치적 외압이나 내부의 '자기 검열'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 채널 'EBS 지식'에 올라온 '정부가 돈을 나눠 줬는데 내가 가난해지는 이유'라는 제목의 43분 17초 분량 영상이 현재 시청 불가(비공개) 상태로 전환됐다.

해당 영상은 2024년 4월 방영돼 한국방송대상 작품상까지 받은 다큐멘터리 '돈의 얼굴' 3부(돈이 떨어졌습니다)의 재편집본이다. 영상은 "국가가 세금 대신 화폐를 찍어내면, 사실상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을 전 세계 인구가 나눠 내는 것"이라며 정부의 무분별한 통화 공급이 실질임금을 하락시키고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경제학적 원리를 지적했다.

논란은 해당 영상이 현 이재명 정부의 '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 정책을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불거졌다.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현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정치적 밈(Meme)을 인용해 "EBS는 자살하지 않는다", "EBS는 드럼통에 들어가지 않는다", "요즘 시국에 용기 있다" 등의 뼈 있는 풍자 댓글을 쏟아냈다.

이러한 댓글이 이어진 직후 EBS 측은 돌연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초기 '돈을 뿌려서 정부가 돈을 버는 방법'이었던 섬네일 문구를 한 차례 수정한 데 이어 아예 영상을 내려버린 것이다. 시청자들은 "왜 영상을 두 번이나 지우느냐", "무슨 압박이 있었던 것이냐"며 강한 의문을 표하고 있으나, EBS는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BS가 시청자에게 이유를 밝히지 않고 논란의 영상을 기습 삭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펭수 영상에 '들켰노'라는 자막이 일베 용어 논란에 휩싸이자 무언의 편집으로 넘어가 빈축을 산 바 있다.

지난달 "부당한 압력과 간섭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며 방송편성규약을 새로 제정한 EBS가, 정작 정부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네티즌들의 풍자 댓글이 달렸다는 이유로 자체 폐기하면서 공영방송의 신뢰도에 스스로 흠집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