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4,000여 장의 허위 처방전을 발행하고, 12만 정에 달하는 의료용 마약류를 빼돌려 스스로 투약한 서울 강남의 피부과 의사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9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소재 피부과 원장 A씨와 소속 의사 B씨를 마약류관리법·의료법·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의 범행에 가담해 의약품을 불법 판매한 약사 및 약국 직원 등 11명도 불구속 상태로 지난달 말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수면제 계열의 향정신성의약품에 중독된 A씨와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병원에 내원했던 외국인 환자 3,400여 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총 4,331장의 허위 처방전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해당 처방전을 이용해 서울 대형 약국에서 향정신성의약품 12만 1,849정을 구입한 뒤 직접 투약했다.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이들은 다량의 수면제 투약으로 부작용이 발생해 더 이상 섭취가 불가능해지자,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금고에 보관 중이던 프로포폴까지 무단으로 반출해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실제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들의 주거지에서는 병원에서 빼돌린 다량의 프로포폴과 졸피뎀이 발견됐다.

의료진과 범행을 공모한 약국 측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적발된 약사들은 A씨 등이 가져온 타인 명의 처방전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의약품을 내어주거나, 심지어 처방전 없이 일반 가격보다 비싼 값에 다량의 마약류를 불법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외국인 명의 도용 제보를 접수한 뒤 약 6개월간의 수사 끝에 이들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한국청년미디어 김도형 기자 (kimdiagram@kym.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