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문재인 정부의 핵심 에너지 기조였던 '탈원전' 선언으로 백지화됐던 원전 6기 분량의 설비가 정확히 9년 만에 부활한다.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현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과거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선언하고 신규 원전 건설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8일 정부 및 전력 업계에 따르면, 관계 당국이 연내 확정을 목표로 재산정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핵심 요체는 전임 정부 시절 사라졌던 '기저 전원(안정적 전력 공급원)'의 복구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며 울진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중단시켰고, 삼척 대진 1·2호기와 영덕 천지 1·2호기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당시 공중으로 날아간 원전 설비는 총 6기, 전력량으로는 8.4GW 규모에 달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전력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 호남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팹 인프라 투자(+29.3TWh)와 24시간 가동되는 초거대 AI 데이터센터(+26.5TWh) 등 첨단 산업발 전력 수요가 대폭발했기 때문이다. 12차 전기본 잠정안에 따르면 오는 2040년 국내 연중 최대전력은 현재보다 37% 급증한 138.2GW로 치솟을 전망이다.
결국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인정한 정부는 대안으로 원전 증설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메우기 위해 현재 추가로 필요한 원전 기수는 '최대 6기(8.9GW 규모)'로, 과거 문재인 정부가 취소했던 원전 수(6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따라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현 정부 지도부의 기조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최근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내용이 포함된다"고 공식화했으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재생에너지 고집만으로는 어렵다.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깔고 가는 새로운 에너지 믹스로 갈 것"이라며 사실상 전임 정부의 정책 오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과거 탈원전 사태로 급제동이 걸렸던 영덕 천지 원전 부지는 지난 6월 신규 원전 2기 부지로 재확정되었으며, 부산 기장 지역은 국내 최초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부지로 낙점됐다. 6년 동안 공사가 멈췄던 신한울 3·4호기 역시 2037년 완공을 목표로 시공이 재개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념에 경도된 정책이 부른 기회비용을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국회 김위상 의원은 "신한울 3·4호기가 제때 지어졌다면 2031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6년 지연으로 인해 완공 시점이 2037년으로 밀렸다"며 "그 공백을 값비싼 LNG 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 낭비와 탄소 배출 과부하를 초래한 만큼, 정권에 따라 에너지 백년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청년미디어 김도형 기자 (kimdiagram@kym.i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