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하지 않습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 매장 곳곳에 내걸린 이 짧은 안내문이 법원 회생절차 폐지 통보를 받은 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파산 기로에 선 홈플러스 전국 매장들이 진열된 물건조차 정상적으로 판매하지 못하는 초유의 영업 파행을 겪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고객이 물건을 고르더라도 결제 시스템 코드가 차단되어 정상적인 판매가 불가능한 구역이 속출하고 있다. 대대적으로 예고했던 기저귀 등 판촉 행사는 전면 취소되었으며, 연어 등 해산물이 있어야 할 신선식품 냉장 매대는 엉뚱한 자체 브랜드(PB) 주방기구들로 채워졌다. 매장 내 화장실 등 필수 고객 편의시설마저 대부분 폐쇄 수순을 밟으며 사실상 마트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 같은 극단적인 영업 차질의 핵심 원인은 지난 3일 법원이 내린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있다. 법원 결정 직후, 향후 납품 대금 회수가 불투명해질 것을 직감한 주요 협력업체들이 일제히 물품 공급을 중단하고 기진열된 상품에 대한 회수 조치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물건을 진열해 놓고도 "판매하지 않는다"는 딱지를 붙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다.
홈플러스 측은 "정상 운영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홈플러스가 당장의 필수 운영자금 2,000억 원을 오는 17일까지 확보하지 못한다면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은 그대로 확정된다. 17일이 기업의 완전한 파산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청년미디어 김도형 기자 (kimdiagram@kym.i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