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1월 9일부터 주류 용기 전면에 과음 및 음주운전 경고문구·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새 기준을 강행하면서, 주류업계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거나 경고 표시를 누락할 경우 국민건강증진법 제31조의2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달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및 고시'를 개정했다. 법령 자체는 개정되지 않았으나, 경고문구 표시 위치인 '상표'를 '주상표(전면 라벨)'로 한정하여 자의적으로 해석을 변경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현장의 비판은 구체적이고 날카롭다. 주류 전문 크리에이터 '술익는집'은 발베니, 화요 등 실제 주류 병 전면에 정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직접 제작한 라벨을 부착해 본 사진을 공개하며, "전 세계에서 유독 한국만 주류 경고 문구를 술병 앞면에 두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현실적인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라벨 변경은 단순히 스티커를 덧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디자인 수정부터 인쇄용 동판 제작, 부자재 교체, 재고 관리 등 막대한 부대 비용을 수반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소매가(술값) 인상으로 이어지며, 대형 주류사보다 생산량이 적고 품목이 다양한 중소 주류업체일수록 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전통주 업계 역시 지역 농산물과 제조 방식의 역사가 담긴 고유의 라벨 디자인이 훼손되면서 상품 경쟁력과 문화적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가장 큰 딜레마는 주류 시장의 '소비 위축'이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20대의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은 64.8g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했으며, 이는 60대(66.8g)보다도 낮은 수치다. '소버 큐리어스(건강을 위해 의도적으로 음주를 줄이는 문화)' 확산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류 시장 전체 출고량 역시 2022년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예방이라는 공익적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이미 국민들이 스스로 술을 덜 마시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근본적 대책인 사법 처벌 강화 없이 전면 경고문구 부착만을 강제하는 것은 비용 부담만 가중시키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